모니터에서 가상현실로

2022년 11월. 일본에 거주하고 있을 때였다.

일본에 얼마나 있을지 모르고, 이사도 자주 가고 하다 보니 짐을 최소한으로 유지했다. 하지만 항상 골을 썩이던 짐들이 있었으니, 바로 모니터이다. 개발자로 일을 하다 보면 모니터 한두 개 쯤은 갖고 싶어지는데, 나 역시 그랬고 결국 24인치 모니터와 32인치 모니터를 설치해서 사용하고 있었다.

일본에서 미국으로 귀국하는 과정에서 짐을 정리하는데, 이 두 모니터가 짐이었다. 워낙 부피가 나가는 물건이다 보니 가지고 가자니 귀찮고, 중고로 처분하고 가자니 아깝고. 하지만 돌아가면 또 모니터를 사야 하고…. 어떻게 할지 고민하던 와중에 한 트윗을 보게 되었다.

가상현실에 구현된 작업 환경. 이 트윗을 보고 내 책상을 보니, 모니터며 잡동사니며 물건이 너무 많다고 느껴졌다.

미니멀함을 추구하지만, 작업환경에서만은 그렇지 못했던 나. 이 트윗을 계기로 작업환경도 미니멀하게 가보자 하는 생각을 하게 됐다.

가상현실에서의 코딩 가능할까?

집 앞 동네 구멍가게에서 과자 사 먹듯 쉽게 살 수 있을 정도로 값싼 기기가 아니다 보니 고민을 해봐야 했다. 괜히 돈 주고 샀다가 후회하고 싶지 않았다.

먼저 해당 트윗을 쓴 당사자에게 직접적으로 물어보았다. “글씨는 잘 보이나요?”

잘 보인다고 한다 ✅

눈에 무리가 갈까?

보통 개발을 하면 하루 종일 모니터를 바라보고 있게 된다. 그런데 가상현실에서의 작업환경이라면 VR 기기를 계속 쓰고 있다는 것인데… 눈에 무리가 가지 않을까? 최근에 라식 수술을 받았기 때문에 눈에 대해서는 특히나 더 예민했다.

“눈이 뻐근하거나 하지는 않나요?”

트윗의 주인도 이 문제를 인지하고 있었고, 평소에 포모도로 테크닉을 사용해서 주기적으로 휴식을 취해주고 있다고 하는데 좋은 방법인 것 같다.

기기의 무게도 있다보니 계속 쓰고 있다보면 불편할테고 또한 중간중간 휴식을 취하는 것이 일하는 데 도움이 된다고 들었던 것 같기도 하다. 애초에 나 또한 50분 주기로 휴식을 취하니 이때 VR 기기를 벗어두면 괜찮을 것 같다.

트윗 주인은 아직도 VR을 사용하고 있을까?

고민하고 있던 부분에 대한 해답은 찾았고, 마지막으로 확인해 볼 것이 있었다. 해당 트윗이 올라온 지 약 1년이 지난 지금, 본 트윗의 주인은 아직도 가상현실에서 개발하고 있을까?

곧바로 DM을 보내보았고, 하루 뒤 연락이 왔다.

VR기기를 구입하다

고심 끝에 “가상현실에서의 개발, 시도해 볼 가치는 있다”라고 결론을 내렸고 곧바로 아마존에서 Meta Quest 2를 구매했다.

가상현실 SW로는 Immersed VR을 선택해서 설치했고, 기기와 성공적으로 연결했다. 나에게 알맞은 각도, 위치, 등등 세팅하는 데 시간이 걸렸지만 결국 해냈다.

글씨와 코드를 읽는 데 불편함은 전혀 없었고 오히려 생각보다 너무 잘 보여서 놀랐다. 네트워크 관련해서도 따로 세팅한 것은 없고, 사용하고 있는 포켓 와이파이에 연결했더니 지연 없이 잘 돌아간다. 이럴 줄 알았으면 진작 할 걸 그랬다.

주의사항

VR 기기를 한 번도 사용해 본 적이 없다면, 한 번 정도는 경험해 보고 구매하는 것을 추천한다.

VR에서의 경험은 사람마다 천지 차이이고 실제로 어지럼증을 호소하는 사람도 있기 때문에, 주변 아는 사람 혹은 VR 기기 체험이 가능한 곳에 가서 사용해 보고 결정하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