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식
라식 수술을 한 지 3.5년 정도 된 것 같은데, 어제 가족으로부터 재밌는 말을 들었다.
“너 라식 했어?”
음? 😳
그래서 일본에서 라식 수술을 했던 경험을 적어보고자 한다. 오래되었기에 정확히 기억나지는 않지만, 최대한 기억나는 데로 끄적여보겠다.
때는 2021년, 코로나로 한창 떠들썩하던 시기이다. 나는 일본의 어느 초등학교에서 FLT로 일을 하고 있었고, 안경을 쓰고 있었다.
평소 안경때문에 불편하다는 생각은 별로 해본적이 없는데, 코로나로 인해 마스크를 쓰면서 이 생각이 180도 달라졌다. 안경과 마스크의 조합은 정말 불편하다. 렌즈를 착용해보기도 했지만, 익숙하지 않은 탓인지 편하지는 않았고 무엇보다 렌즈로 인한 지속적인 지출도 마음에 들지 않았다.
그러던 어느 날, 동료 교사가 라식을 했다는 얘기를 듣고 라식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 관련된 정보들을 알아보면서 라섹과 라식을 알게 되었고 그 중 스마일 라식이라는 것이 눈에 띄었다.
일반 라식의 경우 각막 절편(뚜껑)을 생성하지만 스마일라식은 절편을 생성하지 않고 시력 교정이 가능하게 하는 수술 방법이고, 절편을 생성하지 않기 때문에 치유 속도도 비교적 빠른 편이라고 한다. 장기간 휴가를 낼 수 없는 상황에서 스마일라식이 최적의 선택처럼 보였다.
오래 고민하다가 라식을 하기로 마음을 먹었다. 하지만, 일본에서 해당 수술의 명칭이 다른 건지 모르겠지만 스마일 라식을 제공하는 곳이 없었다.
결국 내가 선택한 건 アマリス750Zレーシック (아마리스 750Z 라식)이다. 수술 방법의 이름이라기보다는 사용하는 기계의 명칭 같기는 하지만, 스마일라식과 같이 금방 일상생활을 할 수 있다고 해서 이로 정했다.
눈을 검사하기 위해 이른 아침 집을 떠나 병원에 도착했다. 정확히 기억은 안 나는 데 5시간 정도 있었던 것 같다. 그것도 끝이 아니어서 다음 날 다시 방문해야 했다. 모든 검사를 끝마치고 의사 선생님이 검사지를 보면서 내가 선택한 アマリス750Zレーシック 수술을 할 수 있는지 판단한다. 나는 양쪽 눈 다 문제없었기에, 수술 날짜를 잡았다 (사실 검사만 받고 다시 생각해 보려고 했으나, 수술 날짜를 잡아주기에 예약을 해버렸다).
수술 당일.
병원에 도착하고 대기하다 보면 이름을 부르는데, 그때 수술실로 안내를 받는다. 수술실 앞 의자에 앉아 잠시 대기를 하다 보면 간호사분이 와서 눈에 어떤 약물 (안약 같은..)을 투여하는데 뭐였는지 기억은 안 난다. 동공이 커지게 하는 거였던가…. 어쨌든 약물 투여 후, 눈을 감으면서 대기하라고 한다. 5~10분 정도 기다렸던 것 같다.
이름이 불렸고, 수술실에 들어갔다. 아래 사진과 같은 큰 기계가 있었고, 나는 수술대 위에 몸을 뉘었다.

첫 번째로 머리를 고정했고, 그다음 수술 중 눈꺼풀이 감기지 않도록 어느 기구를 오른쪽 눈에 끼우는 것이 느껴졌다. 그다음 약물인지 단순히 물인지 모르겠지만 눈을 세척하는 듯한 느낌이 들었고, 이어서 “초록색 불빛을 계속 봐주세요”라는 말과 함께 수술이 진행됐다.
눈을 깜빡이지 않도록 집중하며 눈앞에 보이는 불빛을 계속해서 바라봤다 (깜빡이고 싶어도 못하니 걱정은 안해도 된다).
어느 순간 타는 냄새가 살짝 나기 시작했고, 이어서 안구에 뭔가 긁는 듯한 (마치 딱딱한 벽을 손톱으로 긁는 것 같은) 느낌이 들기 시작했다. 그리고, 눈앞이 보이지 않았다. 하지만 완전한 어둠은 아니고 하얀 불빛 같은 게 보이기는 했기에 거기에 계속 집중했다. 몇 초 후, 다시 눈을 물로 세척하는 듯한 느낌이 들었고, 이어서 안 보이던 불빛이 보이기 시작했다. 오른쪽 눈의 수술은 끝났다.
왼쪽 눈도 위와 동일한 과정으로 진행됐다.
수술 시작부터, “끝났습니다”라는 말을 듣기까지 걸린 시간은, 체감상 1분이 채 되지 않는 것 같다. 정말 말도 안 되게 빨리 끝났다.
수술이 끝난 직후 어느 대기실로 안내를 받았는데, 눈을 뜨고 간호사 뒤를 따라갔었는지, 아니면 눈을 감은 상태에서 안내를 받았는지 기억은 안 난다. 어쨌든 대기실에 도착해서, 15분 정도, 다른 간호사분이 와서 안내할 때까지는 계속 눈을 감고 있어 달라고 했다.
어느 정도의 시간이 지난 후, 간호사분이 와서 눈을 떠도 괜찮다고 해서 눈을 떴다. 시야는 여전히 흐렸지만, 평소 안경을 벗었을 때보다는 훨씬 잘 보였다. 이후 어떤 영상 (눈 관리에 관한 영상이었던 것 같은데…)을 보고 나서 눈에 뿌리는 약을 처방받고, 며칠 후 (정확히 기억은 안 난다), 시력 검사를 위해 다시 와달라는 말과 함께 집에 가도 된다고 해서 병원을 나왔다.
집에 가기 위해 지하철에 도착했을 때 깜짝 놀랐다. 여전히 흐릿하기는 하지만, 눈을 살짝 찌푸리면 노선도를 읽을 수 있었다. 평소에는 불가능했던 일. 어쨌든 그렇게 지하철을 탔고 집에 오는 동안 최대한 눈을 감고 있었다.
집에 도착해서는 핸드폰이며 컴퓨터며 스크린과는 최대한 멀리했고, 저녁 일찍 잠에 들었다.
다음 날.
눈을 떴고 신기한 경험을 했다.
천장이 너무 깔끔하게 보였다. 너무 신기해서 발코니에 나가 밖을 바라봤는데, 너무 잘보였다. 원래 라식이란게 이렇게 바로 잘 보이는 거였던가?
며칠 후 병원에 도착해서 시력검사를 했고, 정확히 기억은 안나지만 양쪽 1.5인가 1.8인가 나왔던 것 같다.
2025년 현재에도 시력은 (아마도) 계속 유지되고 있다. 최근에 시력 검사를 한 적이 없어서 정확히는 모르겠지만 크게 나빠진 것 같지는 않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