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발자 커리어를 포기했다

일본에서 개발자로 일하다가 개인 사정으로 퇴사하고 돌아온지 3년이 되었고, 지금은 Validation Engineer로 일을 하고있다.

한 번도 생각해본 적 없던 분야었지만, 개발자로 재취업을 못하고 있던 시기에 운이 좋게 Indeed로 연락이 와서 면접을 보고 입사했었다.

입사한지 거진 2년이 되어가는데, 업무는 재밌다. 하지만 이 분야로 커리어를 쌓을 생각은 없다. 마음 속에는 항상 개발자를 염두에 두고 있기에, 일과 공부 및 프로젝트를 병행하면서 언젠가는 개발자로 이직을 할 생각…이었다.

AI가 급속도로 발전하면서 우리들의 삶과 업무에도 영향을 끼치는 것을 보면서 생각이 많아졌다.

지금 회사에서도 AI를 사용하도록 권고가 내려오고 있고, 예전에 PyQT로 로 만들었던 툴의 코드를 날려먹는 바람에 다시 만들려고 AI를 활용해봤다가 깜짝 놀랐다. UI는 제외하더라도 기능만 놓고 보면 30분도 안되서 완성이 되었다.

이후에도 AI를 사용해서 생각만 해오던 기능을 추가하거나, 새로운 툴을 개발기획 하면서 내가 개발자로 살아남기는 힘들겠다는 생각이 많아졌다.

나는 개발을 좋아해서 개발자가 되고 싶었는데, ‘개발자’에서 ‘개발’이 없어졌다. 그럼 나는 이제 뭐지? ‘개발자’에서 서 ‘자’를 맡고 있습니다?

물론 개발자가 실제로 개발만 하지는 않는다. 하지만 AI로 인해 그 비중이 훨씬 적어지거나 거의 0의 수렴할 것으로 보인다. 우리가 알고있는 개발자는 곧 사라지고, 새로운 개념의 개발자가 그 자리를 대체할 것인데 그 ‘새로운 개념의 개발자’는 내가 원하는 직업은 아닐것이다 (어쩌면 나는 단순 코더에 더 가깝지 않았나 싶다).

그래서 업으로서의 개발자는 포기했다.


포기했는데… 포기하니 새로운 길이 열렸다, 아니 보였다고 해야하나?

새로운 개발자든 뭐든, 내 입장에서는 커리어를 바꾸는 것과 같다.

어차피 커리어를 바꿔서 처음부터 공부를 해야하는 것이라면, 어리기만 했던 시절, 멋있어 보여서 무턱대고 공부를 시작했다가 여러번 포기했었던 것을 다시 도전하기에 지금이 가장 좋은 시기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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