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용실
내가 집을 떠나 일본으로 이주 했을 때, 처음으로 거주하게 되었던 곳은 藤沢 (후지사와)였다. 이곳에서 FLT (Foreign Language Teacher) 일을 하면서 약 1년간 살았었다.
나는 우리 가족들 중에서도 유독 머리가 빨리 자라는 편이라서 2-3개월마다 머리를 잘라주어야만 했다. 평소라면 이렇게 자주가지는 않을테지만 아무래도 학교에서 일을 하다 보니, 계속해서 깔끔하게 머리를 유지시켜야 했다.
일본 미용실 가격이 비싼편에 속하기 때문에 나는 500-1000엔 하는 저렴한 이발소에서 이발하고는 했다. 아이들을 가르치는 입장으로써 따로 머리를 꾸밀 수 있는 것도 아니고, 평소에 스타일링을 하는 편도 아니라서 그냥 대충 아무 데나 가서 이발하고는 했다.
그러다 어느 날 문득, 일본 미용실에 가보고 싶어졌다. 어디가 좋을까 여기저기 기웃거리다가, 집 근처에 있는 미용실에 들어갔다. 하지만 예약을 해야 한다고 해서 그 자리에서 예약하고, 다음 날 다시 찾아갔다.
좋았다.
그냥 좋았다.
내가 일본에서 미용실을 안 갔던 이유는 일본어 문제가 가장 컸다. 한국 미용실에서도 “전체적으로 짧게 잘라주세요” 정도에 그치는데, 일본어로 세세하게 어떻게 설명해야 할지 몰랐다. 그래서 그냥 사진을 들고 갔는데, 하나하나 세세하게 물어보면서 내 부족한 일본어를 이해하려고 하는 부분이 너무 감사했고, 그냥 다음에도 계속 여기로 오자는 마음이 들었다.
그렇게 약 3년 동안 (다른 구로 이사간 후에도 여기로 찾아왔다) 이 미용실에서 평범한 머리부터 시작해서, 빨강, 보라, 은색, 파랑, 등등 탈색과 염색을 반복하며 여러 스타일을 시도했고, 나는 소위 말하는 단골이 되었다.
일본을 떠나고 1년 후, 가족들과 함께 한국 여행을 가면서 일본에 들리게 되었다. 1년 동안 자르지 않고 기르던 머리를, 일본에 도착하자마자 같은 미용실에 들려, 미용사분과 오랜만에 인사를 하고 머리를 잘랐다.
어떻게 보면 나는 머리를 자르기 위해 미국에서 일본까지 날아간 셈이다.
지금은 집에서 대충 머리를 알아서 손질하고 있는데, 언젠가 또 일본에 가게되면, 다시 들리지 않을까 싶다.